뉴미디어와 예술의 확장 |
2008. 0925-1030 매주 목요일 4-7시 아트센터 나비 www.nabi.co.kr |
1. / 디지털 미학 Disital Aesthetics |
Skeakers: 진중권(중앙대) 정문열(서강대) 박영욱(국민대) 임태승(성균관대) |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참으로 의미있었다.
요즘들어 미학에 흠뻑 젖으신 정문열교수님 덕분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수업끝나자마자 나비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서 앞자리와중간까지 다 채웠다. 자리가 꽉 차서 뒤에 의자를 따로 가져다 앉았고 나중엔 그냥 바닥에 앉아서 듣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반짝이는 눈빛으로 열심히 들을 태새를 하고 있는것이 참 신기했다.
이 바닥에 살고있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토론의 장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
앞쪽에 살펴보니 정문열교수님께서 항상 그렇듯 상기된 표정으로 다른 패널교수님들과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정교수님 화이팅!”이라도 외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참았다. 마음속으로 외쳤으니 된거야 하면서…
시작하기전 화장실에 잠깐 들러야지 하면서 sk본사 빌딩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것도 이상하리 재미났지만 학부때부터 대학원에서까지 지금껏 보고 있는 진중권교수님과의 인연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교수님께서 좋은 점수라 주장하시는(?) B+점수를 두번이나 받은 학생이라는 것과 대학원에서 진교수님수업에 출석체크를 맡던, 또 휴강을 알려드리려 전화했던 바로 그 학생이라는 것을 진교수님께서는 기억조차도 못하시겠지만 말이다. ㅎㅎ
생각한 대로 보인다는 시크릿의 힘이 생긴건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진중권교수님을 마추쳤고 황급히 45도로 명랑하게 인사를 했다. 진교수님의 변치않는 말투가 반가웠다.
첫번째 페이퍼발표는 진중권교수님이셨다.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잡고선 나긋나긋하지만 절대 놓치면 안될 템포로 말을 이어가셨다.
학부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진교수님의 말씀은 한번 놓치면 절대 다시 잡을 수 없다. 수업 중 필기를 매우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봐도 한국말인데 이해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 하지만 적당히 집중한 상태로 말씀의 흐름을 잘 따라가다보면 중반이후부터는 파악이 가능하다.
페이퍼의 내용은 컴퓨터그래픽의 전략을 여러가지 주장으로 말하는 이들을 설명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님의 첫번째 논문 발표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다들 집중을 열심히 해서인지 쉬는 시간 10분이 지나도 아직 제자리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문열교수님의 발표가 연이어 시작되었다.
정문열교수님께서는 밝은 웃음을 띤 얼굴로 강단 앞에 스셨다. 화면에 프리젠테이션이 뜨자 괜시리 내가 긴장이 되었다.
아까부터 마음속으로 외쳤던 교수님 화이팅이 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표를 경청하려고 하는데 애꿎은 마이크가 살짝 문제를 일으켜 발표 초반에는 정교수님의 목소리가 안들려 안타까웠다. 그렇게 또 몇 분간을 속태우다가 다행히도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해서 정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느끼는 것이지만 예전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ㅎㅎ 확성기를 사용했으려나? 풋..
정문열교수님의 논문발표내용은 “컴퓨터아트: 디지털매체의 화려함이냐 컴퓨터 시스템 구축능력이냐” 라는 주제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컴퓨터아트의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1968년 있었던 사이버네틱스의 우연적 발견이라는 전시에서 그 의미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서의 내용은 아트자체보다 아티스트에 관점을 두고 있는데 컴퓨터를 매체로써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커니즘과 알고리즘을 알고 학습하는 아티스트-프로그래머가 되야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의 전체 내용을 교수님의 이메일을 통해 읽었을 때 제목만으로도 나의 가슴을 찌르는 듯 하였다. 컴퓨터를 미디어라고만 생각하고 아티스트가 꼭 프로그래머일 필요는 없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에 반성을 느꼈다. 과학적 사고의 훈련과 스킬의 중요성에 대해 아티스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말 자극이 되는 내용이다.
정교수님의 발표에서는 사이버네틱스라는 단어가 너무 부각되어 설명이 되어 지는 바람에 논문의 핵심적 내용이 다소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인지 발표후에 노소영 관장님께서 사이버네틱스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알고리즘아트는 관객과 소통을 하기 힘들다. 아우라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적절한 반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작업과 실험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아티스트-프로그래머가 되어야한다는 정교수님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세번째 발표이신 박영욱교수님은 편안한 스타일에 유머러스함과 동시에 엄청난 내적지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겉치례나 형식의 중요함보다는 솔직함과 유머가 듣는 사람들을 단숨에 편안하게 만드는 대단한 매력을 지니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어렵고 딱딱한 미학적 내용을 쉬운언어지만 확고한 어조로 들려주셨다.
논문의 제목은 “디지털 예술과 미적 가상의 제거 –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라는 내용이였는데 지금껏 나의 관심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던 디지털음악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불러일으켰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미적가상의 제거라는 전통적인 예술론을 뒤집는 확실한 예술영역으로 전자음악은 너무나 확실한 증거였다.
네번째 발표이신 임태승교수님은 동양철학을 전공하신 분이시다.
디지털에서 정신적인 것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정신적인 것과 동양미학의 인덱스를 설명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노소영관장님 말씀이 고리타분하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이고 동양적인 것이 요즘 더 관심이 가고 중요하기에 임태승교수님을 모셨다고 했다. 하긴 그렇긴 했다. 도착해서 발표진행표와 논문 주제만 보았을 때는 조금 언발런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항상 균형은 필요한 것이기에 그런 점에서 오늘 패널리스트는 균형이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임태승 교수님의 말씀 중 평-기-평(坪-伎-坪:점점 기술을 익혀 고수가 되면 단순하게 된다)에 관한 내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토론엔 항상 상반된 관점이 있어야 조화로운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발표 뒤에 있었던 전체토의 시간에 임태승교수님과 정문열교수님이 등을 돌릴 뻔 하시긴 했지만 그날 참석한 사람들은 그 열띤 토론을 들으면서 자신의 작업적 방향과 미학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라는 재료를 선택했으면 그것에 대한 스킬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서 표현해야 한다. 정교수님께선 그것은 바로 ‘놀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왜 이런 작업을 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단지,재밌어서 했습니다.” 라고 말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임태승교수님이 말하는 평-기-평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토론 마지막에 박영욱 교수님의 빈틈없고 거침없는 마무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테크놀로지의 부족을 아이디어와 컨텐츠로 채우려 한다는 것. 바로 지금 나에게 하신 말씀처럼 들렸다.
마무리를 지으며..
난 진실로 컨텐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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