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bitforms는 우리나라의 미디어 관련 갤러리 및 기관들 중에서 유독 관심이 많이 가는 공간이다. 정말 상업 갤러리로서의 충실함이 보이는 곳이랄까. 그 곳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작품의 의도와 충격, 창의성의 감상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와아, 이거 잘 팔리겠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품들. 물론 단순히 ‘팔릴 수 있는 작품이다’ 라는 1차원적 의미는 아니다. 좀 과장해서 이 곳의 작품과 다른 곳의 작품간의 질적인 차이로 보일 지경일 만큼 매끈하게 마무리되어 있는 작업이며 그러한 작업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물론 작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나 의도들을 잘 간직한 상태에서 유통될 수 있는 형태로의 마무리인 것이고.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비트폼 갤러리에서 뉴미디어와 입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 링컨 슈와츠Lincoln Schatz의 “Generative Video Installation” 전이 열리고 있었다.(2007. 6.1 – 7.14) 그는 비 선형적 시간들의 조각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의미와 공간의 경험에 집중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제목의 gernerative의 생성된다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싱글채널에서 보여지던 ‘작가가 제작, 편집하여 완료’된 작업이 보여지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이 선보이는 비디오 전시이다.
<cluster, 2007>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두 대의 60인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위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가 잡은 영상들을 작가가 제작한 software가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녹화와 편집을 진행하며 새로운 영상들을 만들고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끝이 났다면 ‘거울’ 형식의 인터렉티브 작업에 그쳤겠지만, 작가는 한층 더 나아가 그렇게 생성된 이미지를 계속 저장하며 비 선형적 시간 순서로 그 이미지들을 재생하고 있다. 즉 카메라를 통해 저장된 영상 이미지 데이터 베이스 안에서 작품-software는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무작위적으로 데이터 베이스 안의 영상을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된 과거의, 혹은 최근의 영상 이미지들은 카메라가 보여주는 현재의 이미지에 중첩되어 현재 작품 앞에 서 있는 관람객들에게 보여지게 된다. 작가가 만든 프로그램과 '저장-재생'의 틀 아래 이미지와 시간은 끊임없이 쌓이며, 이러한 끊임없는 저장과 재생 아래, 변형된 이미지와 시간을 지닌 독특한 아카이브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Cluster, Lincoln Schatz, Catharine Clark Gallery, 2006>
이는 그의 다른 작업 <600 Fairbanks, 2006-2007>에서도 역시 두드러진다. 2007년 완공 예정인 헬무트 얀Helmut Jahn이 설계한 시카고의 600 Fairbanks 빌딩의 건축과정을 보여주는 이 작업은 빌딩 건축 현장에 설치된 3대의 카메라로부터 취합된 영상 기록과, 작가 본인이 비디오 카메라로 일주일에 한 번 현장을 돌며 수집한 영상들이 중첩되어 보여진다. 약 20개월동안 4개 비디오에서 촬영된 소스들로부터의 4채널 비디오 영상 데이터베이스로부터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하나의 스크린 위에 중첩되어 끊임없이 재결합하며 건축물 생성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가 집중하는 주제를 잘 볼 수 있는 것이 전시장 한 켠에 위치한 한 영상이다. Dallas’ Arts District 중심에 위치한 One Arts Plaza의 입구 양 측면에 설치된 작업의 시연 동영상이다. Dallas developer Billingsley Company가 의뢰한 이 작업은 지금까지 공공장소에 설치된 미디어 작업 중 사상 가장 커다란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최소 8년분의 영상과 시간을 기록할 이 작품은 두 대의 고해상도 비디오 카메라에서 수집되는 영상을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거쳐 역시 두 개의 2.7 x 2.7m 의 대형 video wall에 영상 이미지를 재생한다. 또한 비 선형적으로 역사의 인상을 기록하며 현재의 모습을 투영할 것이다. 건물을 지나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몇 년 전 신입생이었을 때 수업시간에 진행되었던 토론이 생각난다. 기술자가 만든 컴퓨터가 그림을 그렸다면 그 그림은 예술작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찬반이 얽힌 가운데 상당히 흥분했던 토론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예술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예술의 영역 확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이다. 평면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싱글 채널인 그의 이번 작품들은 외형상으로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작가가 만든 작품이 스스로 작품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며 기록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예술의 모습과 그 궤를 달리 한다. 예술은 항상 그래 왔다. 이러한 예술의 영역 확장과 그에 따른 개념 정의의 문제. 외줄을 타듯 미묘하고 긴장감있는, 경계를 툭툭 치는 도발이 바로 예술의 재미가 아닐까. 미디어아트는 그 경계 파괴와 확장의 최전선에 있는 예술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예술의 모습과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완성도 모두를 보여준 슈와츠의 작업은 그러한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기억창고의 재생과 현재의 반영의 모습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Lincoln Schatz 홈페이지 http://www.lincolnschatz.com/
비트폼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bitfor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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