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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물 주기/ 북카페 /my Book cafe

알랭드 보통의 불안

알랭드 보통의 불안 이라는 책. 


제목이 "불안" 이라 불안한 심기의 나에게 확 끌린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 알랭드 보통의 언어로 불안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해 나갈지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붉은 색으로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기를 건드려야 겠다는 비주얼적 어필을 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읽어보면 불안에 대한 감정을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어 읽기엔 편안한 (감정을 들추지 않아도 되기에 나에겐 그랬다.) 책이었다. 





신경정신과 의사(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은 분이라고 해야하나? 그와 비슷한 직종의 상담사라던가 그런 류의 분이 나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비스듬히 마주 앉아서 인간이 불안한 이유와 근원부터 설명하기 시작해서 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원한다면 예로부터 이러이러한 방법들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서 당신이 불안한 근원적 이유를 해소한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래도 난 하는 수 없소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난 제목에서 주는 감정적 요소가 부각되어지면 어쩌나 하는 개인적인 염려도 살짝 하면서 책을 펼친건 사실이다. 자칫 내가 염세주의자나 무기력증에 빠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알랭드 보통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의 내면의 알 수없는 복잡미묘한 불안의 요소를 몇가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셨고, 그 불안의 해소 방법도 몇가지로 아주 심플하게 제시해주셨다. 그 해결책 대로 살아볼지 아닐지는 내가 받아들이고 내뿜을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는 깊은 심호흡을 하게 되었다. 





불안의 원인 중에 사랑결핍에 대한 부분이 다소 충격적이었고, 왜냐면 뒷 단락에 나오는 속물근성과 연관된 내용이 있어서인데 사람이 능력있고 싶어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있어서 이다. 

(사실은 이러한 관점으로 똑같이 나에게 말했던 나의 옛 남자친구가 떠올라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는 알랭드 보통과 같은 지적 수준을 가진 사람은 아니였으나 마치 이 책을 읽은 사람처럼 똑같이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충격이었을지 모르겠다.) 


불안에 해법을 주는 부분에서는 철학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예술을 한답시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철학 수업이 많아서 이게 그림 그리는거랑 무슨 연관이람? 생각했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철학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철학이 있어야 그림도 그리고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생각을 하고 이런 모든 것에 의미가 생기고 기준이 생긴다. 정치도 철학이고 예술도 철학이고 경제도 철학이고 하물며 종교도 철학이고 군대도 철학임이 분명하다. 구체적인 이유를 서술할 수 있을 만큼 아직 철학적 수준이 미흡하지만 아무튼 철학은 중요하다. 불안의 모든 원인을 극복할 만큼의 힘을 가지려면 철학정신으로 무장한 인간이 먼저 되어야겠다. 

어떤 개똥 철학이든 상관없이 "나만의 철학을 세우는 것." 

그것이 내가 나 자신이 보기에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그렇게 되기까지 나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자가생산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찾는 지름길이다.